존재하되 눈에 보이지 않는
눈에 보이지 않되 현실에 존재하는 다면의 문화가
하나로 모이는 미혹적 에세이
여기, 한 사람이 있다. ‘문화중독자’라 불리는 그는 경계와 경계 사이를 넘나든다. 낯익은 것과 낯선 것 사이의 풍랑을 요요히 가로지른다. 익숙한 것의 새 얼굴을 드러낸다. 익숙지 않은 것의 살가운 내음을 속삭인다.
현재와 레트로를 상징하는 LP와 유튜브를 넘나들며, 가깝고도 먼 대중음악과 클래식을 호흡하며, 추상적으로만 미술과 상징을 삶에 접목하며, 문화중독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문학과 작가, 영화와 연극, 동양과 서양, 현대사의 밝은 그늘을 비롯한 어제와 오늘의 다채로운 문화가 독자를 유혹한다. 봉호 씨가 중독된 문화를 단숨에 들이쉬고, 이채로운 문화의 빛에 함께 중독된다.
문명보다 문화를 생각합니다.
물질보다 시간을 신뢰합니다.
언어보다 사유를 지향합니다.
순응보다 변화를 추구합니다.
찰나보다 영원을 응시합니다.
과거보다 미래를 질문합니다.
반복보다 창조를 고민합니다.
잡설보다 직설을 선택합니다.
권력보다 자유를 열망합니다.
채움보다 비움을 수용합니다.
작가, 강사, 칼럼니스트, 대중문화평론가, 다음으로 문화중독자입니다. 《음악을 읽다》 《취향의 발견》 《독서인간의 서재》 《음란한 인문학》 《나쁜 생각》 《광화문역에는 좀비가 산다》 《나는 독신이다》 《제9요일》을 출간했습니다.
www.facebook.com/jazzfunk55
http://blog.naver.com/bobjames
추천사 • 인터뷰어 지승호
들어가는 글
1. 그저, 아름답기를
존 레넌의 겨울 | 우드스톡 페스티벌의 문화사 | 밥 말리와 탈식민주의 | 광화문 메카레코드 | 홍대 음반점의 추억 | 신촌블루스와 <러덜리스> | 침묵 다음으로 아름다운 소리 | 베토벤의 <영웅> 교향곡 | 말러를 찾는 사람들 |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 여름에 다시 만나는 영화음악 | 가을음악의 기억 | 겨울음악으로의 회귀 | 예술혼의 가격 | 이스털린의 역설 | <게르니카>와 <이라크니카> | 문화전쟁의 종착역
2. 무엇보다 강하고, 무엇보다 약한
아돌프 히틀러와 예술정치 | 킹콩의 눈물 | 신해철의 미소 | 오프라 윈프리의 꿈 | 금서의 재발견 | 위인의 조건 | 자유인 이소룡의 생각 | 반상의 승부사 서봉수 |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 류샤오보가 원했던 중국 | 관조하는 자의 글쓰기
3. 개인의 취향, 타인의 취향
좋은 놈, 나쁜 놈, 애매한 놈 | 당신은 왜 흑인입니까 | 타인의 취향 | 단골은 없다 | 접속의 시대 | 미안하다는 말 | 겨우 존재하는 문화 | 흔들리는 대중문화 | 자기검증의 현상학 | 이상한 대학의 교수님 | 세 얼굴의 사나이 | 만들어진 슈퍼히어로 | 오래된 소설 | 그냥 사라져도 괜찮은 존재
4. 사랑일까요, 연민일까요
조커를 찾습니다 | 람보를 사랑한 대통령 | 머레이비언의 법칙 | 작가란 무엇인가 | 독서의 이유 | 윌리엄 버로스 문학의 증인들 | 금서와 독서 사이 | 마루야마 겐지의 직설 | 악마는 퇴고에 있다 | 우리들의 만들어진 영웅 | 내게 거짓말을 해봐 | 현대영화의 거장 켄 로치 | 굿바이, 베트남 | 2인자의 조건
5. 부디, 늦기 않기를
우리에게 필요한 언론 | 사회를 설계하는 인간들 | 로보트 태권V를 위하여 | 음반사 바로세우기 | 보스턴과 서울의 인종주의 | 니스에서 만난 사람 | 이슬람국가의 시간 | 내일은 늦으리 | 별이 빛나는 밤에 | 질문하는 만화가 최규석 | 동네 서점의 불빛
나가는 글
봉호 씨를 알게 된 것이 커다란 행운이자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글에는 그리운 이름과 생소한 이름이 하늘의 별처럼 등장한다. 사람을 좋아하고 음악과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렇게 쭉 이어지는 이름만 보고도 행복감을 느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별이 없어진 것은 아닌데, 우리는 때때로 그 존재를 잊고 산다. 그 별들의 존재를 잠시 잊고 살던 내게 봉호 씨의 글은 그야말로 나침반과 같았다.
_추천사 (인터뷰어 지승호)
소설, 영화, 음악, 그림, 사람
총천연색 문화가 하나의 글로써 모이는 놀라운 순간
칼럼니스트이자 대중문화평론가이며 강사이고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 누가 보아도 문화인이라 칭해도 모자랄 것 없는 타이틀이다. 다방면의 문화계 인사와 교류하며 명실공히 문화중독자로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기나긴 타이틀의 맨 뒤에야 자그마한 목소리로 ‘문화중독자’라 덧붙인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 보면 어째서 그를 ‘문화중독자’라 일컫는지 어렵지 않게 이해된다. 우리 곁의 사회와 세계를 향한 시선, 오늘날의 환경과 과거의 역사, 책과 독서와 문학과 작가를 아우르는 목소리, 음악과 미술과 영화, 다양한 인물을 비롯한 드넓은 관심사가 독자를 사로잡는다. 그렇게 홀리듯, 놀라운 순간을 만난다. 총천연색 문화가 한데 모인 이곳에서.
예술과 삶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는 공간
그곳을 우리는 천국이라 부른다
저자는 말한다. ‘예술의 생명은 누가 뭐라 해도 표현의 자유가 우선이다.’ 그와 동시에 또다시 말한다. ‘모든 예술 작품이 사회정치적 이슈를 담을 필요는 없다’라고. 시대와 문화를 관조하는 저자의 자세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자유와 방종의 상징으로 포장된 밥 말리의 이상. 죽음까지 불명예를 안고 가야 했던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이면. ‘금서’라는 치명적 단어 속에 묻힌 도전. 단골이 사라진 오늘날. 스스로 피부색을 선택한 사람들. 무능력한 능력자들. 아날로그와 디지털, 어제와 오늘, 그리고 우리의 열린 내일.
그렇게 켜켜이 쌓인 시간 속의 문화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릿하게 글 걸음을 재촉한다.
‘예술과 삶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는 공간, 그곳을 우리는 천국이라 부른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책 속에서 다채로운 문화와 하나가 된다. 바빠지는 글 걸음만큼 그곳에 가까이 다가간다. 그 달콤한 맛이 내 안에 축적되어 문화의 풍미를 돋운다.